생명은 바다에서 처음 탄생했다. 그 이후로 30억년간 물에서 생명체의 진화가 이루어져 있으며, 이런 물은 생명현상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마법의 물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물로 이루어져 있고, 물이 생존에 필수적이다. 물의 어떤 특성이 이를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목차
물의 화학
우리는 종종 지구를 '푸른별'이라고 부른다. 이 아름다운 푸른색 행성은 3/4가 물로 이루어져있다. 뿐만 아니라 물의 고체상태인 얼음이나, 기체상태인 수증기로 존재하기도 한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물 분자가 왜 생명을 이루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지, 다른 액체와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는 지에 대하여 다루겠다.
물 분자의 수소 결합
2-2강에서 설명했듯이, 산소는 수소보다 전기 음성이 더 크기 때문에 공유 결합의 전자는 수소보다 산소에 더 치우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산소원자와 수소원자 두 개가 V자 모양을 불균등하게 되는 극성 공유결합(polar covalent bond)을 이루게한다. 이는 전체 전하가 불균등하게 분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물 분자의 산소는 부분적인 음전하(d-), 수소는 부분적인 양전하(d+)를 갖는다.
이런 경우 물 분자가 여러 개가 모여있을 때, 산소원자 부분은 다른 물분자의 수소 원자 부분과 인력이 생기는데 이를 수소결합이라고 한다 (역시 2-2강에서 다루었으니 이해가 안 간다면 지난 포스트도 보길 바란다.).
이렇게 생성된 수소 결합은 공유 결합의 1/20 정도로, 굉장히 약한 편이다. 이런 수소결합은 끊임없이 생기고 끊어지고를 반복한다.
물이 가지는 특별한 성질들의 대부분은 이런 수소결합에서 부터 대부분 생긴 특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의 창발적 특성
우선, 창발적 특성 (emergent property)이라는 것은 어느 구성부분에서도 갖지 않은 특성이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얘기해서, 수소원자와 산소원자가 갖지 못하는 특성이 물분자에는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의 창발적 특성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물 분자의 응집 (cohesion)
잔에 물을 가득 따랐을 때, 물을 조금 더 따르게 되면 물은 흘러넘치는 것이 아니라 볼록하게 장력을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표면장력(surface tension)이라고 한다.
이런 표면 장력은 물의 응집력에 의해서 생기는 현상 중에 하나인데, 물분자간의 수소결합(인력)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런 특성들에 의해서 나뭇잎에 이슬이 맺히기도 하며,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걸어갈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2) 물의 온도 유지
바다가 육지에 비해서 온도변화가 적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물이 높은 비열(specific heat)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비열은 1 g 물질의 온도를 1℃만큼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열의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비열이 높다는 것은 물의 온도를 변화시키는 데에 있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이 높은 비열을 가지는 이유도 역시 수소결합이다. 수소결합으로 물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끊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열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비열에 의해서 바다의 온도가 육지보다 일정하게 유지되어서 생명체가 살기 좋은 조건이 된다. 또한 생명체 내부의 물 자체의 온도도 유지되어서 생명체가 급격한 체온 변화를 겪지 않게 해준다.
또한 증발이 일어날 때, 기화열 역시 높아서, 태양열을 흡수하거나, 주변의 온도를 낮추기도 한다.
3) 얼음이 물 위에 뜨는 현상
얼음이 물 위에 뜨는건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 생각한다면 용광로에 가라앉는 철을 생각해보자. 철광석이 아래로 가라앉는 상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고체 상태의 얼음이 물 위에 뜰 수 있는 것은 역시 수소결합 때문이다. (지겹다 지겨워)
수소 결합에 의하여 얼음은 물 분자들이 인접한 네 개의 다른 물분자와 수소 결합을 이루는 3차원 구조가 된다. 이처럼 물은 얼음이 되면 부피가 커지면서(고체가 되면서 부피가 커지는 것도 굉장히 특이한 특성이다) 물 위로 뜨게 된다.
얼음이 만약 물 위로 뜨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호수, 강, 바다의 표면이 얼기 시작하면, 그 얼음은 물 아래로 가라앉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전체가 얼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얼음이 물 위에 뜨면서 단열 효과가 일어나서 그 아래에 있는 수생생물들이 겨울에도 떼죽음을 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4) 용매로 작용하는 물
물을 다양한 종류의 물질들을 녹일 수 있다. 이렇게 녹는 물질을 용질(solute)라 하고, 물처럼 녹이는 물질을 용매(solvent)라 한다.
물을 설탕이나 소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질들을 녹일 수 있는데, 이 역시 물 분자의 극성이 원인이다.
많은 분자들이 극성을 가지고 있어, 이런 물 분자들에게 용해되어 수화껍질(hydration shell)을 이루며 녹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물에 잘 녹는 물질을 친수성(hydrophilic) 물질이라 하며,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은 소수성(hydrophobic) 물질이라고 한다.
마무리
지난 시간에 배운 분자구조와 수소결합을 통하여, 물의 창발적 특성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물이 우리 주변에 흔하기 때문에 많은 특성들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다른 물질들과 비교하면 물은 굉장히 특이한 성질들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생길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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