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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

심해아귀는 암컷만 있을까? 심해아귀의 생식기생으로 보는 성적 이형성

by 생알남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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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심해 아귀 종류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암컷만 존재한다고 알려져있었다. 그러나 최근 심해아귀는 생식기생이라는 독특한 방법의 생활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수컷이 독립성을 포기하고 암컷의 일부가 되는 방법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심해아귀의 생식기생에 대해 알아보자.

목차

     


    심해 아귀란?

    심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미생물들과 심해어들이 살고 있다. 흔히 떠올리기 쉬운 대왕 오징어나 갈치 등 여러 생물들이 살고 있지만, 이들은 지상의 환경이나 얕은 수심과 달리 굉장히 높은 수압과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환경에서 진화하여 특이한 형태의 외관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해에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외관의 생물들이 존재한다.

    이런 심해에 살고 있는 아귀의 종류를 심해 아귀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한 종이 아니라 다양한 종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머리에 붙은 낚싯대와 비슷한 구조로 빛을 내며 먹이를 유인하는 초롱아귀 등이 대표적이다.

     


    심해아귀의 성적 이형성 (sexual dimorphism)

    성별 간의 생김새가 다른 것은 여러 동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도 남자와 여자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들은 생식기나 성적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어떤 종들은 두 성별의 개체가 성 관련 기관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도 다른 특징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성적 이형성 (sexual dimorphism)이라고  한다.

     

    이러한 종들은 과거에 실제로 교배를 하는 것이 관찰되지 않았다면, 같은 종으로 생각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였던 꿩도 장끼(수컷)와 까투리(암컷)로 성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작역시 암수의 차이가 나타나며 이런 특징은 조류 뿐만아니라 곤충이나 어류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심해아귀는 이런 성적이형성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예시 중 하나이다. 심해 아귀들 중에서 많은 종들은 수컷이 암컷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초롱 아귀도 암컷이 60cm 정도이고 수컷이 4cm 정도로, 약 15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알려져 있다.

    심해 아귀의 종류 중 하나인 혹등 아귀 Melanocetus johnsonii는 수컷이 3cm로, 20cm의 암컷보다 7배가량 작다.

    사람들에게 심해 아귀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은 지느러미가 변한 구조를 낚시대처럼 사용하는 아귀의 생김새를 떠올리는데, 이는 흔히 발견되는 암컷의 생김새이다. 

    심해 아귀 수컷의 모습

    같은 종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심해 아귀의 수컷은 제대로된 구조가 보이지 않아서 마치 발달이 덜 된듯한 태아의 형태를 띄고 있다. 아귀하면 떠오르는 큰 입도, 낚싯대의 구조도 수컷의 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1800년~1900년대 초반만 해도 암수를 같은 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심해 아귀는 암컷만 존재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었고, 심해 아귀의 번식 방법에 대해서는 미스테리로 남아있었다.


    심해아귀의 번식방법: 성적 기생

    이런 성적이형성을 보이는 Cerattidae과에 속하는 종들을 포함한 일부 심해아귀들은, 생식기생을 통해 번식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드넓은 심해환경에서 같은 종의 아귀 개체수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육상 동물과 달리 개체간의 만남이 굉장히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짝을 찾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20세기 초반까지도 이런 심해아귀들을 포획했을 때, 암컷 심해아귀에 붙어있는 수컷을 기생충이라고 생각했었다. 후에 이러한 번식 방법은 생식 기생(parabiotic reproduction)이라고 정의되었다.

     

    출처: https://theoatmeal.com/comics/angler

    수컷 아귀는 태어날 때부터 사냥 능력이 떨어져, 거의 사냥을 스스로 할 수 없다. 하지만, 페로몬을 추적하는 능력은 굉장히 뛰어나다. 이러한 페로몬을 통해 넓은 심해에서 암컷 심해아귀를 찾을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성체 암컷에 존재하는 낚시대 구조는 에스카(esca)라고 불리는데, 이는 사실 먹이 뿐만아니라 이런 수컷을 유인하기 위한 기관이기도 하다.

     

    이렇게 암수의 극적이 만남이 성사되면, 수컷 심해아귀는 암컷의 몸을 물게 되고, 점점 암컷의 몸에 흡수되어, 수정시키는 기능만이 남게 된다.

    여러 마리의 수컷아귀와 결합하는 암컷 아귀

    또한, 거대한 암컷은 하나의 수컷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마리의 수컷들과 결합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암컷 심해 아귀의 면역이 약하기 때문에 (T cell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함) 기생을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에이즈에 걸린 것처럼 기생이나 기회감염에 취약한 상태라는 뜻인데, 심해에서 기회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마무리

    상식이란 무엇일까? 인간에게는 당연하 암수 한쌍의 어울리는 모습도, 심해아귀들에게는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 수 있다. 이처럼 심해 뿐만 아니라 지구에 있는 다양한 극한 환경들은, 특정 종들에게는 안락한 공간일 것이고, 우리가 평범하다 생각하는 것들도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도 심해아귀들의 생식기생은 바다악어 종류에서도 일어나고, 다른 종류의 특이한 생식 방법들도 여러 동물군에 걸쳐 존재하고 있다. 

     

    이런 극한 환경의 생물들을 탐구하는 것은, 우리와 다른 구조를 알아봄으로써 우리를 더 잘 이해하게 할 수도 있다. T cell이 부족한 심해 아귀를 통해 T cell의 기능을 더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다양한 동물들의 특성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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