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지 시각으로 10월 2일 올해의 첫 노벨상은 스반테 페보 교수님이 그 영광을 차지했다.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하여 현생인류와 완전히 다른 종으로 여겨지던 네안데르탈인이라는 학계의 통념을 뒤집고,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종종 짝짓기를하여 유전자의 일부를 물려받았다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목차
2022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 교수
과학이 재밌는 점은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사실이라고 알려져 있던 것들이 때때로 바뀌기도 한다. 역대 노벨상은 주로 이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거나 발견을 한 인물들에게 수상된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 교수에게 돌아갔는데, 보통 노벨생리의학상이 의학쪽 연구에서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고인류학 분야를 연구하는 스반테 페보 교수가 수상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과연, 어떤 연구 결과를 냈길래 노벨상을 수상한 것일까?
네안데르탈인의 DNA와 고인류 게놈분석
이전 포스팅인 [고추와 피망이 같은 종이라고?]에서 생물학적 종개념과 학명의 기본적인 표기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번 포스팅이 이해가 안 가는 분이 있다면 밑의 포스트를 참조하길 바란다.
2022.09.20 - [일상생물학] - [일상 속의 과학] 고추랑 피망이 같은 종이라고? feat. 생물학적 종
[일상 속의 과학] 고추랑 피망이 같은 종이라고? feat. 생물학적 종
달라도 너무다른 고추와 피망. 그리고 파프리카까지. 이들은 정말 같은 종일까? 그렇다면 종이란 것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목차 고추와 피망은 같은 종일까? 본문내용넣기한국인의 밥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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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 현생인류가 Homo sapiens라는 종이라는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동시대에 '네안데르탈인'이라는 다른 인류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들어봤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의 학명은 Homo neanderthalensis인데 현생인류와 속이 같으며 현재는 멸종했다고 알려져있다.
이미 멸종했기 때문에, 종을 분류함에 있어서 사용되는 '생식이 가능한 자손'을 생산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또한, 이미 화석이 되어서 DNA를 분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골격이나 서식지 등을 통하여 현생 인류와 다른 종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그러나, 스반테 페보 교수는 이런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여러 고인류들의 게놈을 분석하고자 했고, 이를 통하여 현생인류의 DNA의 1~4% 정도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왔다는 것을 밝히게 된다.
Neanderthals are not totally extinct, in some of us they live on - a little bit / Svante Pääbo
위의 말 처럼, 스반테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이 완전히 멸종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일부로서 살아있다고 전한다.
계통수를 확인해보았을때,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 많이 퍼졌으며, 현생인류와 어느 정도의 교배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이런 연구결과들에 의하여 네안데르탈인을 인류의 아종(종의 하위개념. 인도차이나호랑이와 뱅골호랑이 정도의 차이)으로 보아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페보 교수는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고인류인 '데니소바인'의 손가락 뼈에서 DNA 게놈을 추출한 업적으로도 유명하다. DNA 게놈 전체를 얻는 것은 상당히 쉬운 실험이 아니다. 많은 양의 시료가 필요하며, 시료의 상태가 좋을수록 좋다.
그러나 페보 교수는 이런 오래된 뼈에서 DNA 나선 가닥을 분리하여 분석량을 2배로 만들고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이용하여 화석에서의 게놈 분석이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수상한 상의 이름을 다시 생각해보자. 노벨 '생리의학'상이다. 위의 내용들은 흥미롭지만 생리의학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처럼 들린다. 어떤 이유에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일까?
네안데르탈인 뇌 복원
스반테 파보 교수 연구진은 단순한 게놈 분석에서 멈추지 않고,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줄기세포기술을 이용하여 뇌를 복원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뇌구조의 발달 차이를 알게됨으로써, 현생인류의 건강이나 신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코로나 19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아마도 이 논문이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목을 해석해보면 "코로나의 심각한 유전적 위험 요인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래되었다." 라는 논문이다.
코로나 판데믹 시기 초기에 '고령화'가 위험요인이며 '남성'이 더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았다 (검색해봐라 진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코로나에 걸려도 가벼운 증상만을 보이고, 어떤 사람들은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페보 교수는 결국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COVID-19와 관련된 게놈 영역을 확인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부분의 하플로타입(haplotype, 우선 그냥 DNA 부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을 분석해 보았을때,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에게서 유입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정확히 어떤 유전자가 위험을 주는지에 대한 기능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고대 인류의 게놈을 분석함으로써 현생인류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방안이 노벨상을 탄 주요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정충원 교수도 "진화인류학이나 고유전체학 등 관련 최근 연구들이 현생 인류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이 인정받은 듯 하다"고 언급하였다.
노벨상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진 고인류학 분야에서의 수상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아마 다른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증진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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