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정도에 관악산을 산책하다가 눈에 띠는 목질의 끝이 하얀 영지 버섯을 만났다. 영지버섯은 옛날부터 '불로초' 버섯이라고도 불리며 약용으로 많이 쓰였는데, 실제로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논문을 검색해보았다. 과연 영지 버섯을 섭취했을 경우 어떤 약효가 있을까?
목차
영지버섯이란?
영지버섯은 주로 여름철에 활엽수에서 자주 발견되는 버섯들 중 하나이다. 대략 10~15cm 정도의 형태를 띠고 있고, 어릴 때는 일자로 자라다가 노성하면 삿갓 모양의 갓을 만든다. 다른 버섯들과 달리 갓과 자루 표면의 광택이 특징적이며, 끝붑분이 백색을 띠는 것 역시 다른 버섯들과의 구별점이다.
영지버섯은 이름만 들었을 때, 다른 버섯들처럼 그냥 씹어서 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질기고 딱딱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섭취는 할 수 없고, 보통 탕으로 만들어 복용한다.
한방에서는 신경쇠약, 심장병, 고혈압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종종 약용으로 쓰인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항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여, 암환자들의 보호자들이 종종 비싼 값에 버섯을 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영지버섯은 우리 몸에 좋을까? 어떤 효능이 있는 것일까?
영지버섯의 효능
영지버섯의 효능을 말하기 전에, 영지버섯의 효능이 가짜라는 말을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영지버섯의 효능이 정확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라, 식물발효식품, 화분, 로얄젤리등과함께 건강기능식품에서 제외되었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었기 때문이다 (당시 로얄젤리에 약간 묻힌 감이 있긴 했다.).
그러나 2021년인 지금 건강기능식품 정부 검색 사이트인 https://www.foodsafetykorea.go.kr/
https://www.foodsafetykorea.go.kr/
www.foodsafetykorea.go.kr
에서 확인을 해보면, 약 20가지 정도의 영지 함유 식품들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보조식품과 달리 어느정도 효능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버섯이라는 식품 자체가, 식용가능한 것들의 대부분이 어느 정도 몸에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에, 뭔가 특출나게 영지버섯이 몸에 좋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관련 논문을 검색해보면,
관련 논문들이 많이 나오긴하나, in vitro (배양체에서 이루어진 실험)에서 이루어진 실험이 대부분이고 실제 사람에게 어떤 메커니즘으로 효능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영지버섯 효능 임상실험 논쟁
개인적으로도 버섯의 효능에 관심이 있던 차에, 작년에 nature지에 사례로 소개가 되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0235-w
콜롬비아(나라)의 과학부 장관급 인사인 Mabel Torres라는 분에 관한 기사이다.
이야기인 즉슨, 이 분이 원래는 El chocó 대학에서 연구를 하시는 균류학자이고 대체로 Ganoderma (불로초버섯속, 그니까 그냥 영지버섯 관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분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분이 이 Ganoderma의 추출물, 영지추출물을"like a tea, a beverage" (차나 음료 같은 거)라고 말하면서 40명의 암 투병 환자들에게 마시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병이 완화되었다고 발표했다.
과학이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아마 이 사례를 보고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이 실험 아닌 실험이 아무런 승인도 없이 개인이 그냥 진행한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약효를 증명하기 위해서 사람에게 투약이나 섭취를 하게 하는 경우는 사실 굉장히 많은 연구를 전제로 한다. 많은 동물 실험과 성분 추출실험이 있고 나서야 사람에게 임상 실험을 할 수 있는데, 이 분은 이런 과정을 모두 뛰어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식품으로 허가받는 것도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야하는데 이런 과정을 건너 뛴 것이 문제이다.
두 번째는, 한 나라의 장관이 직접 이런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펀딩이나 이런 점을 생각했을 때, 보통 정계로 진출한 과학자들은 실험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적은데, 우리나라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 같은 콜롬비아 출신의 식물학자인 Enrique Forero는 이와 같이 말했다.
“Merchants of hopes and illusions are going to start appearing, producing remedies here and there, and that’s very, very dangerous.”
"희망과 착각의 상인들이 나타나며 이곳 저곳에서 치료법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것은 매우 매우 위험하다."
이 부분에 대하여 굉장히 공감하는게, 본인도 어릴 때 가족 중 한 분이 아프셨을 때, 주변 어른들께서 민간요법에 해당하는 식품들이나 약품들을 많이들 가져오셨었다.
당시에는 어려서 몰랐지만, 그런 식품들의 유효성이 얼마나 검증되었을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또한, 그렇게 절박한 상황의 환자들이나 환자의 지인들에게 장사할 생각으로 과대광고를 하거나 건강식품이라고 속여 파는 사람들이 많고, 이런 날림식의 실험을 광고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식의 임상실험은 그 지양할 필요가 있다.
영지버섯의 항암효과 연구 결과
어찌 되었든, 윤리는 윤리이고 이미 실험은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얻어진 데이터 토대로 분석을 해보았을 때도, nature지의 기사에 의하면, 실험 자체도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영지추출물이 암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에 실패헀고, 사실 화학성분을 분리하여 투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Ganoderma 속에 속하는 버섯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 실제로 어떤 종을 사용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른 논문에서는 Ganoderma lucidum 추출물을 암환자 373명에게 투여를 했을 때, 27%의 환자들이 화학항암요법이나 방사선항암요법에 좀더 효과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Jin, X., et al. 2016).
27%라는 결과값이 낮기도 하고, 임상에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사족: 야생 영지 먹어도 되나요?
어린 영지들은 강한 독을 가진 독버섯 중 하나인 붉은사슴뿔버섯이랑 형태적으로 유사하다. 영지가 끝 부분이 더 밝아서 구별을 할 수는 있지만 굳이 야생에서 발견하더라도 먹지 않도록 하자.
마무리
버섯이 몸에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 연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버섯을 연구할 때에 그 효능에 치중하는 면이 좀 많은 것 같은데, 미리 몸에 좋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시작하는 연구들이 가끔 보인다.
다른 건강식품도 마찬가지로 정확한 효능과 부작용등을 잘 알아보고 섭취 및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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